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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를 산 사람, 말랑이로 번 사람

말랑이·왁뿌볼 거래량이 1년 새 200~500% 뛰었다. 그런데 정작 돈을 번 건 말랑이를 '산'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소비라는 구조적 수요와, 유행에서 진짜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 그리고 보통 사람이 그 파도를 먼저 읽는 법에 대하여.

말랑이를 산 사람, 말랑이로 번 사람

피드를 내리다 멈칫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얼굴 없이 손만 나와 말랑한 공을 주무르고, 무언가를 뿌드득 으깨는 영상. 말랑이, 슬랑이, 왁뿌볼. 장난감에 관심 없던 사람도 “저게 대체 뭐야?” 하게 만드는 그 짧은 영상들이, 지난 몇 달 사이 SNS를 점령했다.

대부분은 여기서 영상을 한두 개 더 보고, 어쩌면 하나 사보고, 스크롤을 마저 내린다. 그런데 같은 화면을 보면서 전혀 다른 질문을 한 사람들이 있다. “이 유행으로, 돈은 지금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지?”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이야기다. 말랑이를 산 사람이 아니라, 말랑이로 번 사람에 대한.

숫자는 이미 ‘유행’을 넘어섰다

먼저 규모를 보자.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가 됐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랑이 거래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5% 늘었다. 에이블리에서는 6월 거래액이 전년 대비 514% 뛰었다고 한다. 단순히 몇몇이 사 모으는 수준이 아니다. 서울 창신동 ‘말랑이 거리’가 있는 동네의 문구·완구 소매업 월매출이 반년 새 30% 넘게 올랐고, 인근 동묘의 검색량이 한때 성수동을 제쳤다. 맘스터치, 라운드랩, 퓌 같은 브랜드가 줄줄이 콜라보 굿즈를 내놓은 것도 이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퍼센트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돈의 이동이라는 사실이다. 514%가 늘었다는 건, 작년엔 다른 곳에 있던 돈이 올해 ‘말랑말랑한 작은 물건’ 쪽으로 옮겨왔다는 뜻이다.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결국 이 돈의 물줄기가 어디로 트는지를 먼저 보는 일이다.

사람들은 왜 작은 물건에 지갑을 여는가

돈이 어디로 가는지 보려면, 먼저 사람들이 왜 거기에 돈을 쓰는지를 알아야 한다. 말랑이의 진짜 상품은 ‘실리콘 공’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키워드는 ‘스트레스’와 ‘불안’이다. 부드럽고 쫀득한 걸 반복해서 주무르는 행동이 심리적 긴장을 낮춘다는 것. 요가나 명상처럼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과 달리, 몇 천 원짜리 물건 하나로 즉각적인 안정감을 산다. 누군가는 이걸 ‘가성비 힐링’이라 부른다. 즉 사람들이 지불하는 건 실리콘값이 아니라 ‘잠깐의 마음 안정’이라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말랑이를 사는 게 아니라, 말랑이를 만지는 동안의 평온을 산다. 그래서 단가는 싸도 수요는 깊고, 반복된다.

이게 장사의 관점에서 왜 매력적인가. 첫째, 원가는 낮은데 사람들이 매기는 ‘가치’는 그보다 훨씬 높다. 감정에는 정가가 없으니까. 둘째, 한 번 사고 끝이 아니라 색깔별로, 촉감별로 계속 산다. 셋째, 무엇보다 이 물건은 태생이 콘텐츠다. 주무르는 모습 자체가 숏폼이 되고, 그 영상이 다시 다음 구매를 부른다. 광고비를 따로 들이지 않아도 상품이 알아서 퍼지는 구조다. 슬라임이 그랬고, 키캡 키링이 그랬고, 이번엔 말랑이 차례인 것이다.

그래서, 돈은 누가 벌었나

이제 핵심 질문이다. 이 514%의 물줄기에서, 정작 돈은 누구에게 흘렀을까. 분명한 건 말랑이를 산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마음의 평온을 얻었지만, 돈은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돈을 번 쪽은 따로 있다.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에 물건을 떼어다 판 초기 판매자들, 주무르는 영상으로 조회수와 제휴를 얻은 창작자들, 발 빠르게 콜라보를 붙인 브랜드들, 그리고 손님이 몰린 동묘·창신동 상권. 공통점이 보이는가. 이들은 모두 ‘소비자’가 아니라 유행의 공급 쪽에 서 있었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먼저 그 자리에 있었다.

바로 여기에 크라마가 늘 말하는 한 가지가 걸린다. 부의 격차는 종종 돈이 아니라 정보의 시차에서 시작된다. 3월에 이 흐름의 낌새를 챈 사람에게는 ‘행동할 선택지’가 있었다. 물건을 떼든, 영상을 찍든, 콜라보를 제안하든. 반면 6월에 514%라는 기사를 보고 처음 안 사람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하나다. 소비자로 줄을 서는 것. 유행이 ‘뉴스’가 됐을 때는, 이미 돈이 한 차례 지나간 뒤다.

보통 사람이 이 파도를 읽는 법 (그리고 안 읽는 법)

그렇다고 “그러니 당장 말랑이를 떼다 팔아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트렌드로 돈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위험하게 빠지는 길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유행 상품 떼다 파는 일의 현실

숏폼에서 터진 상품을 스마트스토어로 떼다 파는 건 가장 직관적이지만 가장 위험한 길입니다. 이유는 하나, 유행은 뜨는 속도만큼 빠르게 식기 때문입니다. 514%라는 숫자를 보고 들어갔다는 건 이미 늦은 구간일 가능성이 크고, 남는 건 안 팔리는 재고와 묶인 돈일 수 있습니다. 물건에 돈을 묶기 전에 “이 유행이 6개월 뒤에도 있을까”를 반드시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더 나은 길은 무엇일까. 물건이 아니라 수요의 밑바닥을 읽는 것이다.

말랑이는 언젠가 식는다. 하지만 그 밑에 깔린 수요 — ‘작은 돈으로 감정을 사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슬라임에서 말랑이로, 키캡 키링으로, 다음의 무언가로 형태만 바꿔 계속 흐른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은 ‘말랑이’를 좇지 않고 ‘감정소비’라는 물줄기를 본다. 물건은 갈아타도 물줄기는 이어지니까. 실제로 한 조사에서 Z세대의 절반 이상이 “정서적 가치나 개인적 관심을 위해 소비한다”고 답했다. 이건 한철 유행이 아니라, 돈이 흐르는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 관점에 서면, 보통 사람이 파도를 타는 방식도 달라진다. 재고를 떠안는 도박 대신, 리스크가 작은 자리가 보인다. 유행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 트래픽과 제휴로 연결하는 길(물건 재고가 0이다), 이 수요를 자기 본업·가게에 살짝 얹는 길(카페가 촉감 굿즈를 곁들이듯),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파도를 한 박자 먼저 알아채는 안목 자체를 기르는 길. 우리가 경험이 물건보다 오래 남는다고 말할 때의 그 관점처럼, 여기서도 진짜 자산은 손에 쥔 말랑이가 아니라 흐름을 읽는 눈이다.

결국, 만지는 게 아니라 읽는 것

말랑이 유행은 재미있는 사회 현상이다. 동시에 그것은 아주 선명한 경제 교본이기도 하다. 같은 영상을 보고도 누구는 지갑을 열었고, 누구는 그 지갑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읽었다. 둘을 가른 건 돈의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먼저 봤는가였다.

그러니 진짜 챙겨야 할 건 말랑이가 아니다. 다음에 또 어떤 작고 말랑한 것이 피드를 점령할 때, “저게 뭐야?”에서 멈추지 않고 “돈은 지금 어디로 움직이지?”를 한 번 더 묻는 습관. 그 한 번의 질문이, 유행을 소비하는 사람과 유행을 읽는 사람을 가른다. 트렌드는 만지라고 있는 게 아니라, 먼저 읽으라고 있는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지금이라도 말랑이를 떼다 팔면 돈이 될까요?
신중해야 합니다. 거래량이 수백 % 급증했다는 기사가 나온 시점은 이미 유행이 정점에 가까웠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유행 상품은 식는 속도도 빨라, 늦게 들어가면 안 팔리는 재고와 묶인 돈만 남기 쉽습니다. 물건에 목돈을 묶기 전에 '6개월 뒤에도 팔릴까'를 냉정하게 따져 보세요.
트렌드를 어떻게 남들보다 '먼저' 알 수 있나요?
완벽한 예측은 누구도 못 합니다. 다만 흐름은 보입니다. 숏폼에서 같은 종류의 영상이 반복해 보이기 시작할 때, 도매·소매 거래량이 들썩일 때, 브랜드가 콜라보를 붙이기 시작할 때가 신호입니다. 핵심은 개별 상품을 좇는 게 아니라 '왜 사는가'라는 수요의 밑바닥을 읽는 것입니다. 그래야 물건이 바뀌어도 다음 파도가 보입니다.
물건을 직접 안 팔고도 트렌드로 돈을 벌 수 있나요?
네. 재고 부담이 없는 길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유행 자체를 다루는 콘텐츠(숏폼·리뷰)로 트래픽과 제휴 수익을 얻거나, 본업·가게에 그 수요를 살짝 얹는 방식입니다. 무엇보다 트렌드를 읽는 안목 자체가 다음 기회로 이어지는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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