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재테크

그토록 갖고 싶던 걸 안 샀다 — 그리고 더 부자가 됐다

새벽 2시, 1년을 벼르던 걸 '결제' 직전에 멈췄습니다. 24시간만 미뤘는데, 그 갈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죠. 도파민은 왜 가지기 전에 가장 크게 튀는지, 새것의 기쁨은 왜 금방 시드는지, 그리고 조셉 헬러가 억만장자 앞에서 말한 '충분함(enough)'이 왜 진짜 부(富)인지 — 욕구를 참고 배운 이야기입니다.

그토록 갖고 싶던 걸 안 샀다 — 그리고 더 부자가 됐다

새벽 2시,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거의 1년을 눈독 들이던 최신 휴대폰이, 하필 그 밤에 할인 중이었다. 손가락이 ‘결제하기’ 버튼 위에서 떨렸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지금 안 사면 손해’라는 다급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쓰던 폰은 멀쩡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새 폰이 없으면 인생이 안 굴러갈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다급함이 너무 익숙해서, 나는 문득 멈칫했다. 이 두근거림, 전에도 수없이 느꼈던 거다. 그때마다 결제했고, 택배를 뜯을 땐 이미 시큰둥했다. 그래서 그날은 나 자신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딱 24시간만 묵히자.” 결제를 미루고 휴대폰을 껐다. 그게 시작이었다 — 내가 ‘충분함’이라는 걸 처음 배운 밤의.

다음 날, 갈망은 거짓말처럼 옅어졌다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그 타오르던 갈망이 신기할 만큼 식어 있었다. 일주일 뒤에는 ‘내가 이걸 왜 그렇게 갖고 싶어 했지?’ 싶을 정도였다. 안 샀는데,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쓰던 폰이 여전히 멀쩡하고, 통장에는 돈이 남아 있었다. 잃은 줄 알았던 그 밤에, 사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야 궁금해졌다. 그 새벽의 미친 듯한 갈망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진짜로 그게 필요했다면, 하루 만에 그렇게 식을 리가 없는데.

도파민은 ‘가지기 전’에 가장 크게 튄다

답은 뇌에 있었다. 신경과학자들은 ‘원하는 것(wanting)‘과 ‘좋아하는 것(liking)‘이 뇌에서 서로 다른 회로라는 걸 밝혀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쾌감의 화학물질이라 부르는 도파민은, 사실 ‘좋아함’이 아니라 ‘원함’을 담당한다. 더 정확히는, 보상을 갖기 직전의 갈망에 가장 크게 폭발한다.

그러니까 그 새벽의 두근거림은 ‘그 폰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폰을 원해서’ 튄 도파민이었다. 장바구니에 담을 때가 가장 짜릿하고, 막상 택배를 뜯으면 시큰둥한 이유가 여기 있다. 원함은 가지는 순간 꺼지는 불꽃이다. 그리고 그 불꽃은, 사지 않고 잠깐만 버텨도 저절로 사그라든다. 24시간을 미뤘더니 갈망이 식은 건, 내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도파민의 거짓말이 시간이 지나며 들통난 것뿐이었다.

카트에 담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건 그게 좋아서가 아니라, 갖기 직전이라서다.

사도, 기쁨은 금방 평범해진다

설령 그날 결제했다 한들, 그 행복이 오래갔을까. 심리학에는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개념이 있다. 새 물건이든 좋은 일이든, 그 기쁨은 빠르게 익숙해져 곧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유명한 연구가 하나 있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추적했더니,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행복도는 당첨되지 않은 보통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인생을 바꿀 것 같던 그 돈조차, 곧 ‘새로운 보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새 폰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며칠은 설렜겠지만, 한 달 뒤엔 그냥 ‘내 폰’이 됐을 거고,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을 거다. 이게 쳇바퀴의 무서움이다. ‘더’를 좇으면, 결승선은 늘 한 발짝 더 멀어진다. 가질수록 기준선이 올라가고, 그래서 같은 만족을 느끼려면 더 큰 게 필요해진다. 평생 달려도 도착하지 못하는 트레드밀이다.

부족했던 건 물건이 아니라 ‘충분하다’는 감각

여기서 나는 진짜 문제를 봤다. 내가 가난하게 느꼈던 건 가진 게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감각이 없어서였다. 멀쩡한 폰을 두고도 새 폰이 없으면 결핍을 느꼈고, 그 결핍은 새 폰을 사도 곧 다른 결핍으로 옮겨갔다. 채워도 채워도 밑 빠진 독이었던 건, 독에 구멍이 나서가 아니라 ‘충분하다’는 마개가 없어서였다.

이 대목에서 늘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 『캐치-22』를 쓴 조셉 헬러가, 어느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의 파티에 갔다. 동료 작가 커트 보니것이 그에게 말했다. “저 사람이 하루에 버는 돈이, 당신이 『캐치-22』로 평생 번 돈보다 많다네.” 그러자 헬러가 답했다.

“그렇지. 하지만 내겐 저 사람이 결코 갖지 못할 게 있어 — 충분함(enough).”

훗날 뱅가드의 창업자 존 보글은 이 일화에 깊이 감동해, 자기 책의 제목을 아예 『이너프(Enough)』라고 지었다. 평생 돈을 다룬 그가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가 ‘충분함’이었다는 건, 그래서 더 묵직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가진 사람도 갖지 못하는 것, 그건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이만하면 됐다’는 그 한 감각이었다.

안 사는 습관이, 나를 더 부자로 만들었다

그 새벽 이후, ‘24시간 묵히기’는 내 습관이 됐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위시리스트에 담고 며칠을 묵힌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갈망이 저절로 식는다. 진짜 필요하고 진짜 좋아하는 것만, 그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는다.

덕분에 통장에는 돈이 쌓였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갖고 싶은 것에 휘둘리지 않는 평온. 새 물건을 좇는 데 쓰던 에너지가 줄자, 신기하게도 이미 가진 것들이 다시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쾌락의 쳇바퀴를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새것을 더 사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다시 음미하는 것이었다. 안 쓰던 카메라를 다시 꺼냈고, 책장에 꽂힌 책을 다시 폈다. 더 사지 않았는데, 더 풍요로워졌다.

충동을 다스리고 '충분함'을 찾는 법

욕구를 억지로 참지 말고, 그 정체를 이용하세요. ① 24시간(또는 일주일) 묵히기 — 위시리스트에 담고 시간을 두면, ‘원함’의 불꽃은 대개 저절로 꺼집니다. ② ‘원해서’인지 ‘좋아서’인지 묻기 — 갖기 전의 두근거림은 대개 ‘원함(도파민)‘입니다. 한 달 뒤에도 좋을지 상상해 보세요. ③ 가진 것을 다시 음미하기 — 새것보다, 잊고 있던 내 물건을 다시 쓰는 게 행복을 더 오래 늘립니다. ④ ‘나의 충분선’ 정하기 — 무엇이 나에게 ‘이만하면 됐다’인지 미리 정해두면, 끝없는 ‘더’에서 내려올 수 있습니다.

충분함은 결핍이 아니라 자유다

오해는 말자. 충분함은 ‘아무것도 사지 마라’가 아니다. 짠돌이가 되라는 것도 아니다. 진짜 좋아하는 것에는 기꺼이 쓰되, ‘원함’의 스파이크에 속아 사는 일을 줄이자는 것이다. 충분의 선을 남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 광고가, SNS가, 새벽 2시의 도파민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월급이 올라도 늘 부족했던 이유를 떠올려 보면, 결국 같은 이야기다. 버는 게 늘어도 ‘충분의 선’이 함께 올라가면, 영원히 부족하다. 반대로 그 선을 아는 순간,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유해진다. 충동을 참는 건 궁상이 아니라, 끝없는 트레드밀에서 내려오는 자유였다.

그 새벽, 결제를 누르지 않았던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안 한 일’ 중 하나다. 새 폰을 못 가진 대신, 나는 더 귀한 걸 가졌다. 헬러가 억만장자 앞에서 당당했던 그 한 가지 — 충분함. 더 가져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를 아는 순간, 우리는 이미 부자다.

자주 묻는 질문

사고 싶은 충동, 어떻게 참나요?
억지로 참기보다 '시간을 두는' 게 효과적입니다. 갖고 싶은 걸 위시리스트에 담고 24시간이나 일주일을 묵혀보세요. 갖기 직전의 갈망(도파민의 '원함')은 시간이 지나면 대개 저절로 식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고도 여전히 원하는 것만 사면 후회가 줄어듭니다.
'원함'과 '좋아함'이 어떻게 다른가요?
뇌에서 서로 다른 회로입니다. 도파민이 담당하는 '원함'은 갖기 직전에 가장 크게 튀고, 가지면 빠르게 식습니다. 반면 '좋아함'은 실제로 누릴 때의 잔잔한 만족입니다. 카트에 담을 때 가장 짜릿하고 막상 받으면 시큰둥하다면, 그건 좋아한 게 아니라 원했던 것일 수 있습니다.
좋은 걸 사면 행복해지지 않나요?
잠깐은 그렇습니다. 다만 그 기쁨은 빠르게 익숙해져 원래 수준으로 돌아갑니다(쾌락의 쳇바퀴). 그래서 같은 만족을 위해 점점 더 큰 소비가 필요해집니다. 새것을 더 사는 것보다, 이미 가진 것을 다시 음미하는 편이 행복을 더 오래 유지시킵니다.
그럼 아무것도 사지 말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충분함은 절약 강박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입니다. 진짜 좋아하고 오래 누릴 것에는 기꺼이 쓰되, 갖기 직전의 충동만으로 사는 일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나에게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선을 스스로 정해두면, 끝없는 소비의 쳇바퀴에서 내려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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