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두 배를 벌었다는 그날 밤
남이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만큼 사람을 흔드는 건 없다. 뒤늦게 올라탄 막차가 왜 가장 비싼 자리인지, 그리고 '남의 수익률'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정보인 이유에 대하여.
그날 밤, 수아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저녁 모임에서 들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대학 동기가 어떤 종목으로 “반년 만에 거의 두 배를 벌었다”고 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 술잔을 돌리며 흘린 말. 그런데 그 말이 집에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수아의 계좌는 그달 잔잔했다. 꾸준히 적립식으로 사 모으던 ETF는 몇 퍼센트쯤 올라 있었지만, 친구의 ‘두 배’ 앞에서는 초라해 보였다. 침대에 누워 그 종목 이름을 검색했다. 차트는 가파른 우상향. 기사 제목마다 ‘신고가’. 수아의 손가락이 매수 버튼 위에서 멈칫거렸다.
가장 위험한 정보는 ‘남의 수익률’이다
우리를 흔드는 건 대개 시장이 아니라 사람이다. 더 정확히는, 남이 벌었다는 소식이다.
이상한 건, 남이 잃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를 거의 흔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누군가의 수익만이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다. 여기엔 함정이 하나 숨어 있다. 우리는 친구의 ‘결과’만 듣지, 그가 감수한 위험도, 운도, 그리고 그가 입을 다문 다른 실패들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번 종목은 자랑하고, 잃은 종목은 조용히 묻는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남의 수익률’은 언제나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
수아가 들은 건 ‘두 배’라는 결과 한 조각이었다. 그 친구가 같은 기간 다른 종목에서 얼마를 잃었는지, 그 두 배를 위해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게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남의 수익률은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정보다. 공짜로 들리지만, 그걸 믿고 따라간 대가는 내 계좌가 치른다.
막차에는 늘 자리가 있다
추격매수, 즉 이미 많이 오른 자산을 뒤늦게 사는 일에는 묘한 안도감이 있다. 다들 좋다고 하고, 차트도 오르고 있으니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안도감이 신호다.
내가 그 소식을 들을 정도라면, 이미 수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에는 이미 그 기대가 담겨 있다. 막차에 자리가 넉넉한 이유는, 먼저 탄 사람들이 내려서 나에게 표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높이 오른 자산을 사는 게 늘 틀린 건 아닙니다. 문제는 ‘남이 벌었다는 조바심’에 떠밀려 살 때, 내가 정한 기준도 없이 고점에서 산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 조금만 떨어져도 버틸 근거가 없어, 가장 무서운 바닥에서 팔게 됩니다. 산 이유가 ‘남이 벌었으니까’면, 파는 이유도 ‘남이 파니까’가 됩니다.
비교는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투자에서 가장 비싼 감정은 욕심이 아니라 비교다. 욕심은 그래도 내 안에서 끝나지만, 비교는 끝이 없다. 누군가는 늘 나보다 더 벌었을 테니까.
비교에 휘둘리면 전략이 계속 바뀐다. 이번 달엔 ETF, 다음 달엔 친구가 말한 종목, 그다음 달엔 뉴스에 나온 테마. 그렇게 갈아타는 사이, 정작 꾸준함이 만들어 주는 복리의 힘은 매번 처음으로 리셋된다. 가장 빨리 부자가 되려는 조급함이, 가장 느린 길로 우리를 돌려보낸다.
수아의 ETF가 친구보다 덜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패배가 아니다. 수아는 자기가 왜 그걸 샀는지 설명할 수 있고, 떨어져도 버틸 이유가 있다. 친구는 ‘두 배’를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날 밤, 수아가 한 일
수아는 결국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덮고,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을 적립했다. 친구가 말한 종목은 그 뒤 몇 주간 더 올랐다가, 어느 날 가파르게 꺾였다. 수아는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 친구가 더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니까.
남이 벌었다는 소식은 앞으로도 계속 들려올 것이다. 그건 막을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건, 그 소식에 내 계좌를 맡길지 말지다. 흔들리지 않는 투자란 좋은 종목을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남의 밤에 내 잠을 빼앗기지 않는 능력에 가깝다.
오늘 밤 누군가의 수익률이 당신을 흔든다면, 매수 버튼 대신 한 가지만 물어보자. “나는 이걸, 아무도 자랑하지 않았어도 샀을까?” 그 답이 ‘아니오’라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그냥 부러움이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른 종목은 절대 사면 안 되나요?
FOMO가 들 때 어떻게 다스리나요?
그럼 꾸준한 적립식이 더 낫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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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감사합니다! 더 나은 글을 쓰는 데 참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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